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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B 케이블 43개 테스트했더니…" 오래된 케이블 당장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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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수집광이 모두 그렇듯 필자도 오랜 기간 USB-C와 USB-A 케이블을 많이 모았다. 그 중 전자 기기에 쓰기에 적절하지 않고 폐기 처분해야 마땅한 제품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일반 가정에서 쓰는 케이블도 아마 마찬가지일 것이다.
멀쩡한 USB C-USB A 케이블을 왜 굳이 폐기 처분해야 할까? 이유를 알려면 2014년 USB-C 도입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위아래 구분 없이 쓸 수 있는 USB-C 커넥터의 설계 방식은 종전의 USB과 달라 매우 복잡했기 때문에 대다수 케이블 제조업체가 안전한 USB-C 케이블을 제작하는 방법을 몰랐다. 사실은 케이블마다 56K 옴 저항기가 내장되어 있어야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에서 USB-C 포트에 구형 직각형 USB-A 포트가 연결되었는지 여부를 인지할 수 있다.
기기가 56K 저항기를 감지하면 포트에서 끌어오는 전력 양을 제한한다. 그러나 56K 저항기가 없으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고전력 USB-C 포트에 연결된 것으로 여긴다. 그 상태에서는 케이블이 연결된 포트에서 지나치게 많은 전력을 끌어와 포트가 타 버릴 위험이 있다. 연결된 장치에 손상을 야기할 때도 있다.
케이블 한 무더기. 이 중 일부는 전자기기에 위험할 수도 있다. ⓒ
다행히 이 문제는 몇 년 전에 해결되었다. 최근에 구입한 저렴한 USB C-USB A 케이블도 이제는 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문제는 잘못 제작된 오래된 케이블을 우연히 사용하는 경우에 생긴다. 케이블의 전력 문제가 해결된 지는 4년이 넘었기 때문에 얼핏 확률이 높지 않을 것 같지만, 문제는 멀쩡해 보이는 케이블을 버리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보통 상자에 모아두거나 둘둘 말아 봉지 안에 넣어둔다. 필자 역시 언젠가는 오래된 직렬 케이블과 프린터 케이블, 짝 잃은 마이크로USB와 미니USB를 전자폐기물로 버릴 예정이다. 지금은 모든 기기가 USB-C로 충전되는데도 만약에 대비해 필요 없는 케이블을 그대로 보관해 둔다.
갖고 있는 USB C-USB A 케이블 중에서 실제로 불량품은 몇 개나 될지 궁금했다. 수집광인 필자가 모은 케이블은 무려 43개였다.
전송속도 양호한 케이블은 단 1개뿐
테스트 결과는 다음 그래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 전송 용도에 부적합한 케이블이 매우 많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USB C-USB A 케이블은 추가 전선이 있는 경우 최대 USB 3.2 10Gbps를 지원할 수 있다. 추가 전선이 없으면 대개 USB 2.0의 기본 속도인 40Mbps에 그친다. NVMe SSD에 USB C-USB A 케이블을 사용하면 대형 파일 전송에 분 단위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필자가 테스트한 43개의 케이블 중에서 USB 3.2 10Gbps 속도를 지원한 것은 단 1개뿐이었다. 겨우 1개.
데이터 전송 속도 이외에 저항을 기준으로 케이블을 평가해 분류했다. 대부분 충전 용도로 사용되는 케이블의 경우 케이블의 저항이 낮다는 것은 대개 두껍거나 고품질 전선으로 제작되었으며 충전 중인 장치에 도달하는 전력이 많다는 의미다.
다행히 대부분은 괜찮았지만 여섯 개의 케이블은 저항이 너무 높아서 ‘충전용으로 부적합’한 것으로 분류되었다. 현실적으로 전체 충전 시간에 큰 차이는 없을지 모르지만 케이블을 솎아 내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대부분의 USB A-USB C 케이블은 데이터 전송률이 형편 없이 낮았고 1/4은 위험 상태에 가까웠다. ⓒ
충전 전용으로만 써야 하는 케이블도 있어
케이블 커넥터 표준이 확립되었음은 충전 전용 케이블을 만드는 방식으로 표준을 어기는 업체가 난립할 때 비로소 알 수 있다. USB C-USB A의 경우가 그렇다. 43개 케이블 중에서 충전용 전선만 있는 충전 전용 케이블을 4개나 발견했다. 왜 이렇게 만드는 걸까? 보통은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충전 전용 케이블의 문제는 데이터 겸용 케이블과 외관이 똑같다는 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충전 전용 케이블이 실제로 매우 높은 저항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점 때문에 충전 케이블로서는 실격이다.
긍정적인 측면을 보면 지금까지 필자가 언급한 케이블은 모두 56K 옴 저항기로 올바르게 배선되어 있었다. 가장 형편없는 충전 전용 케이블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연결해도 노트북의 USB-A 포트가 터지지는 않는다.
그런 행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머지 10개의 케이블은 제대로 제작되지 않은 것이었다. 5개는 잘못된 22K 옴 저항기를 사용했거나, 저항기는 제대로였지만 잘못된 전선을 사용한 제품이었다. 나머지 5개는 56K 옴 저항기가 전혀 없었다. 사용하기에 위험한 제품으로 분류하고 폐기 수순을 밟아야 한다. 2015년에 위험 판정을 받은 케이블이지만 전 세계의 가정에서 아직도 굴러다니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하자가 있는 USB C-USB A 케이블도 스마트폰에 필요한 전력량을 넘을 수 없는 전용 벽 충전기에 연결하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 2년 정도 지난 후 비상 시에 그 위험한 케이블이 사용되고 나서 양품 케이블과 다시 섞일지 모른다는 점이다. 노트북에 연결 시 포트가 터질 위험이 있다.
이름을 모르는 삼류 제조업체에서 나온 케이블만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유명 브랜드 케이블이라고 해서 반드시 안전하지는 않다. 56K 저항기가 전혀 없는 위험 케이블 5개 중에서 2개는 유명 스마트폰 제조업체에서 만든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필자가 지금도 계속 케이블을 구매하는 매우 인기 있는 케이블 제조업체의 제품이었다. 잘못 배선된 케이블 2개는 스마트폰 제조업체에서 만들었다. 고가의 ‘고성능 SSD’와 함께 제공된 또 다른 USB-C 케이블도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따라서 유명 브랜드만 고집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65달러짜리 케이블 테스터로 쉽게 불량 케이블을 골라낼 수 있다. ⓒ
갖고 있는 케이블 중 불량품을 골라내는 법
문제를 쉽게 해결하려면 갖고 있는 케이블 중 불량품을 골라 내야 한다. 아쉽게도 필자가 아는 방법은 죄다 돈이 든다. 가장 쉬운 방법은 아두스브심(Adusbcim)의 케이블 체커(Cable Checker) 2를 구입하는 것이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 USB C-C와 USB C-A 케이블과 마이크로 및 미니 USB 케이블의 상태를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소형 디스플레이에 케이블 저항과 56K 저항기의 존재 유무가 빠르게 표시된다. 이상하게 배선 되었는지(1개가 아닌 2개의 회선에 56K 적용) 여부나 잘못된 저항기를 사용하는지도 알 수 있다.
이베이에서 65달러에 구해서(미국 내 소매점에서는 못 찾았다) 케이블을 테스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단, 더 저렴한 다른 방법도 있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저렴한 USB-C 케이블을 테스트하는 데 65달러를 쓴다는 것은 확실히 현명한 소비는 아니다. 상대적으로 돈이 덜 드는 선택지가 있지만 아마 아무도 실행에 옮기지 않을 것이다. 즉, 기존에 갖고 있던 케이블은 폐기 처분하고 안전성과 품질이 보장된 새 USB-C 케이블을 구입하면 된다.
케이블, 모두 폐기 처분해야 할까?
오래된 USB C-USB A 케이블에 가위를 대도 될지 여부는 각자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다년간 사용해 온 케이블이라면 문제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불량 USB-C 케이블은 대부분 컴퓨터와 USB-C 장치를 연결할 때 손상 위험이 있으므로 충전기에만 사용한다면 위험은 크게 낮아진다. 그러나, 가령 친척이 방문해서 불량 케이블로 스마트폰에서 노트북으로 파일을 전송한다면 노트북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
ⓒ Gordon Mah Ung
마지막으로 바꿔야 할 것은 버려진 케이블을 대하는 자세다. 가령 회사에서 누군가 퇴사하며 남기고 간 USB C-USB A 케이블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 ‘공짜’ 케이블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차라리 안전성이 보장된 새 케이블을 구매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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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IT WORLD(https://www.itworld.co.kr/news/255220)